공지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려요"…'호갱' 울리는 기기변경 사기

폰마트
2019-01-27 14:02
조회수 9


“고객님, 앞으로도 저희 KT 계속 이용해주시라고요. 최신 아이폰Xs로 기기변경해드립니다.”


직장인 박모(32)씨는 최근 휴대폰을 무료로 바꿔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최신 아이폰으로 기기변경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을 ‘KT 보상 지원 특판’이라고 소개한 상담원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자 이러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스마트폰을 바꾼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무료로 최신 아이폰으로 또 바꿔준다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전형적인 사기였다”며 “속아서 (스마트폰을) 바꿨다가 보상도 못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이통사)는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만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최근 전화 모집을 통한 스마트폰 기기변경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특판 대리점(특판)이 할인혜택과 지원금 등을 눈속임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법적 분쟁이 생기면 발뺌하는 방식이다. 공시지원금 등을 제외한 추가 보조금, 현금 지원 자체가 불법이기에 소비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기 어려워 주의가 필요하다.


KT 홈페이지 캡처

◆‘기본료 25% 할인’을 특별할인인양 눈속임


특판 측의 전형적인 수법은 ‘헷갈리게 하기’다. 휴대폰 요금 체계가 ‘기본료+기곗값’으로 나뉜 점을 노린다. 이들은 “아이폰Xs로 바꾸시면 저희가 추가로 할인을 넣어드려서 나중에 고지서상 할인금액이 -1만7250원으로 나오실 거예요”라고 소비자를 현혹한다. 얼핏 이들이 기기변경으로 인한 추가 혜택을 주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특판 측이 말하는 할인금액은 이통사 가입 시 누구나 받는 ‘선택약정 25% 요금 할인’이다. 1만7250원은 특판 측이 제안한 ‘데이터ON 비디오(기본료 6만9000원)’ 요금제의 25% 기본 할인금액이다.


이들은 통화 초기 자신들이 추가 할인을 해준다는 식으로 교묘히 설명한다. 그러다 소비자가 기기변경 의사를 밝혀 통화 내용이 녹음되기 시작할 때 “1만7250원 할인금액은 특별히 저희가 따로 드리는 것은 아니고 기본요금에서 할인되는 부분”이라고 다르게 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약정 등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이러한 말 바꾸기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고가에 훨씬 못 미치는 보상금 제시


이통사를 통한 정상적인 기기변경 시에는 기존 스마트폰을 반납할 의무가 없지만, 특판 측은 기존 스마트폰을 무조건 반납해야 하며 이에 따른 보상금을 주겠다고 말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보상금은 중고 시세에 턱없이 모자란다.


특판 측은 박씨에게 “기존에 쓰시던 아이폰8플러스 256GB를 반납하셔야 합니다. 먼저 현금 보상금으로 20만원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알렸다. 25일 현재 해당 모델의 중고 시세는 50~60만원 선이다. 소비자가 30~40만원이나 손해를 보는 셈이다.


◆“1년치 기곗값 내주겠다”... 2년 후 대리점 잠적


보상금이 너무 적다는 소비자에게 특판 측은 또 다른 ‘혜택’을 제시한다. 새 스마트폰의 기곗값을 3년 할부로 걸어놓고 2년 후 나머지 1년 치를 자신들이 변제해주겠다는 거다.


애플 아이폰Xs 맥스 64GB(이통사 출고가 149만6000원) 3년 약정 시 할부이자 등을 제외한 1년 치 기곗값은 약 50만원. 기존 스마트폰 반납 현금 보상금 20만원까지 더하면 얼핏 좋은 제안으로 보일 법하다.


피해자들은 2년 후 대리점이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피해자 직장인 김모(33)씨는 “전화로 속아 기기변경한 후 예전 스마트폰에 새로 바꾼 스마트폰까지 기곗값을 두 개나 내면서 버텼다”며 “가입 후 2년이 지났는데 변제는커녕 대리점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없는 번호로 나왔다”고 분노했다.


◆이통사, 피해 구제에 소극적…결국 소비자만 피해


이통사가 사실상 특판의 불법 영업행위를 묵인·조장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씨가 통화했던 상담원은 “KT 본사에서 이런 이벤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 같은 특판이 대신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상 소비자가 본사에 피해를 호소하면 “본사 측은 관여한 바 없다”, “대리점의 문제”라며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를 한다는 지적이다.


김씨가 이통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이통사 측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통사는 ‘대리점이 변제하겠다고 한 사실이 계약서상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며 “계속 항의하니 ‘상위부서에 물어본 후 연락해주겠다’고 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보조금을 주기로 한 계약 자체가 무효라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거성 모바일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한 휴대폰 판매자가 온라인상으로 ‘휴대폰을 개통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4000여명에게서 경찰 추산 23억여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보조금을 지급키로 한 계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휴대폰 불법 보조금에 대한 실질적인 단속 및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통사 대리점뿐 아니라 본사 규제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0 0